축구심리학 / 성격

선수들은 각자 다르다

 

 

1. 성격의 정의

어느 개인에 대해 평가할 때 등장하는 단골 메뉴로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성격이 좋다', '성격이 불같다'라는 등의 말은 모두 성격을 일컫는 표현들이다. 사람의 성격을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각자 성격을 규정하는 내용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점 때문에 성격에 대한 많은 이론이 나왔고 이론에 따라 설명하는 내용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을 '각 개인을 독특하게 만드는 특징들의 총합'이라고 규정하는 점에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특징이란 지속적이며 일관되고 안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행동 양식을 의미한다. 즉, 성격은 '각 개인을 독특하게 만드는 안정적이고 일과된 행동양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 성격의 구조

위에서 성격의 의미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이미 지적한 바가 있다.

그 이유는 각 개인의 성격은 최소한 세 가지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세가지는 심리적 핵, 전형적 반응 그리고 역할 관련 행동이다.

 

1) 심리적 핵

이것은 인간의 내부 가장 깊숙히 자리 잡고 있는 층으로, 자기 성격의 가장 근본이 되는 부분이다. 이를 간단하게 말하면 '진짜 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층은 태도, 가치, 흥미, 동기, 믿음과 같은 내적으로 일관된 요인 등을 구성하는 개인의 실체인 셈이다. 

심리적 핵은 내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외부의 영향에 덜 민감하며 바깥에서 이 심리적 핵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심리적 핵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가장 안정적인 것은 결국 인간의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마지막 순간에는 이 심리적 핵의 역할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속은 모른다'라는 우리 속담은 바로 이 심리적 핵의 속성을 잘 나타낸 표현이다.

 

2) 전형적 반응

이 층은 환경의 요구에 전형적으로 반응하는 행동과 태도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전형적' 이라는 뜻은 개인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최소한 2/3 정도의 반응하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개인이 겪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이 반응은 심리적 핵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척도라고 볼 수 있다.

 

3) 역할 관련 행동

이를 줄여서 '역할 행동' 이라고 하며 이 역할 관련 행동은 성격의 가장 외부에 자리하고 있는 층이다. 개인은 환경의 요구에 반응할 때 주어진 사회적 역할에 따라 반응하므로 외부 환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층이다. 반면에 가장 변화를 많이 일으킬 수 있는 층이기도 하다. 즉, 자신의 사회적 역할이 달라지거나 인식의 변화가 오면 그 행동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역할 행동만을 보고 개인을 판단한다면 그릇된 판단을 하기가 쉽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이 역할 관련 행동은 전형적 반응이나 심리적 핵을 나타내거나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역할 행동은 가장 외부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이것으로 개인을 판단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것은 역할 행동이 나타내는 면적만큼이나 개인을 이해하는 데 제한이 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역할 행동만을 토대로 해서 선수의 능력이나 가치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지도자의 판단은 대부분 연습과 관련된 선수의 역할 행동만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선수의 전형적 반응이나 심리적 핵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선수의 역할 행동뿐만 아니라 전형적 반응과 심리적 핵을 같이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3. 성격의 측정

특정한 개인이 환경에 반응하는 독특한 방식인 성격은 과연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성격을 측정하는 방법은 면접, 행동 관찰, 투사법과 검사지 사용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간단한 성격 검사지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1) 성격 검사지

성격 검사지는 성격의 특성을 추출하는 데 적절하다고 검증된 검사항목으로 구성된 질문지이다. 측정하는 방법은 특정 질문의 내용에 대해 개인이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검사지에 반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맞다. 틀리다와 같이 두 자기 중에는 하나를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매우 그렇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를 양 극단에 설정하고 그 정도를 3,5,7점 척도로 반응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성격 검사지를 활용하여 성격을 검사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있고 채점이나 결과분석이 쉽고 이 자료를 수치화하여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검사지가 성격을 재는 데 필요한 내용을 점검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인 타당성 검사와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과정인 신뢰도 검사를 거쳐야 한다. 또한 응답자가 허위로 반응한 것은 아닌지, 일부러 좋은 쪽으로만 반응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성격 검사지는 이제까지 가장 많이 활용된 성격 검사 방법이고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이점 때문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성격 검사지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이 되는데, 하나는 성격의 특성을 측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격의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거의 모든 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런 사람을 '특성 불안'이 높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특별한 주변 환경에서만 걱정을 많이 한다면 그런 사람을 '상태 불안'이 높은 사람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특성 불안이 높은 사람이 상태 불안도 높다.

 

① 특성과 상태

특성이란 잘 변하지 않고 안정적인 행동 양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성격의 구조에서 살펴본 전형적 행동이나 심리적 핵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에 상태는 환경의 영향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는 행동을 의미한다. 성격 구조의 역할 관련 행동은 상태에 속하는 구조이다.

 

② 일반검사와 스포츠 전문검사

성격 검사지는 처음에 일반인들의 성격을 검사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러한 검사지로는 미네소타 다면적 성격검사지(MMPI), 상태·특성 불안 검사지(STAI), 기분 상태 검사지(POMS), 캘리포니아 심리 특성 검사지(CPI) 등이 있다. 이 검사지들은 검사 문항이 스포츠와는 관계 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스포츠라는 특수한 상황을 잘 나타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즉 스포츠라는 상황을 나타낼 수 있는 타당도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스포츠라는 특수상황에서 나타나는 특성과 상태를 측정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스포츠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검사지가 개발되었다. 

이러한 검사지로는 스포츠 경쟁 특성 불안 검사지(SCAT), 경쟁 상태 불안 검사지(CSAI-2) 등이 있다.

 

 

4. 성격과 경기력

사람들은 일반인과 선수와의 사이에 성격적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지만 더 큰 관심은 성격과 경기력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1) 선수와 비선수

선수와 비선수 사이에 성격적인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선수는 비선수와 여러 가지 요인에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즉 선수가 더 독립적이고, 외향적이고, 더 객관적이며,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어 덜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2) 종목과 성격

종목과 성격과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 결과에 의하면 팀 스포츠와 개인 스포츠 종목에서 선수들의 성격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팀 스포츠에 소속된 선수들은 개인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보다 외향성을 많이 나타내고 선수들 간의 의존성이 높으며 더 불안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포지션과 성격

축구와 경우 골키퍼는 책임감이 강해야 하고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거나, 공격수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야 한다거나 하는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포지션별로 성격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 결과는 지도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포지션별로 적합한 성격 특성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4) 기술 수준과 성격

고교나 대학선수들을 대상으로 기술 수준이 높은 선수와 낮은 선수들 사이에 성격적 특성이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뚜렷한 성격 특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항목에서 성격적인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살펴볼 수가 있을 것이다. 첫 때는 종목, 포지션,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성격적인 차이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조사 당시 해당 팀 선수 구성원의 개인적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그 결과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성격적인 차이점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보고는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두 번째는 앞에서 예로 든 종목과 성격, 포지션과 성격, 기술 수준과 성격을 살펴본 경우는 대부분 고교나 대학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그러나 대상의 범주가 엘리트급 선수들로 좁혀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5) 우수선수와 비우수선수

대표급 선수는 해당 종목의 최정상에 위치한 선수들이자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메달을 획득하거나 우승을 하는 등의 상위 입상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그렇지 못한 비우수선수에 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성격적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① 빙산형 형태

일반적으로 우수 선수는 빙산형 형태 또는 빙산형 프로파일이라고 불리는 성격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빙산형 프로파일이란 '기분 상태 검사지(POMS)' 상에서 나타나는 우수선수들의 감정 변화 추이를 일컫는 말이다.

긍적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활력 항목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나머지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긴장, 우울, 분노, 피로 및 혼란 항목에서는 평균보다 낮게 나타난다.

반면에 비우수선수는 전반적으로 전체 평균치 부근에 머무르고 있다. 각 항목별로 우수 선수의 점수를 서로 연결해 보면 전체적인 그림 윤곽이 드러나는데, 그 모습이 빙산 모습을 띤다고 하여 '빙산형 프로파일'이란 이름이 붙었다.

 

② 우수선수의 인지 전략

우수선수는 비우수선수들보다 시합을 운영하는 데 사용하는 인지 전략도 효율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 우수 선수들이 활용하는 효율적 인지 전략 ※

▶ 경기를 어떻게 펼칠 것인지 경기에 필요한 구체적인 계획을 미리 세우고 이를 연습한다.

▶ 경기 전에 수행할 동작에 대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 경기 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특히 상대 선수가 나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거나 내 기술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 시합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극복 방법을 미리 배워둔다.

▶ 경기와 관계없는 부정적인 생각을 차단한다.

▶ 실수는 곧바로 잊는다.

▶ 잘 안될 때에 대비하는 계획을 미리 세우고 이를 연습한다.

▶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비한다.

 

 

5. 성격연구에 대한 결론

스포츠와 성격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그 주제에 대해 학자들이 가장 많은 연구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스포츠와 성격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스포츠 성격연구의 결론 ※

▶ 선수와 일반인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이른바 '선수의 성격'에 대한 인과 관계는 아직까지 검증되지 못했다.

▶ 일반적으로 우수선수는 비우수선수에 비해 양호한 정신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빙산형 프로파일을 보인다.

▶ 시합 전에 보여준 빙산형 프로파일이 경기력을 예측하지는 못한다.

▶ 우수선수는 비우수선수보다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보다 나은 인지 전략을 활용한다.

▶ 스포츠에 참가한다고 해서 바랍직한 성격 특성을 발달시켜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학습할 수도 있다.

▶ 정기적으로 운동에 참가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정서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출처: 한명우, "축구이론총서-2 축구심리학" 대한미디어, 2007